마오쩌둥(毛澤東)의 고향 중국 후난성(湖南) 창샤(長沙)에서 태어난 천징(30)은 쌍꺼풀부터 코, 턱, 가슴 성형 그리고 지방 흡입까지 전신 성형된 자신의 모습에 기쁨의 눈물을 터뜨리고 만다. 중국판 '도전! 신데렐라'(원제: '스완'(Swan)-미국 폭스TV)의 한 장면이다.

30년 전 중국인들은 삶 전체를 공산당과 혁명에 바치고 립스틱 바르는 일도 반혁명적이라 여겼다. 하지만 이젠 TV를 통해 성형으로 환희에 찬 여성들을 보여준다.

매회 출연 신청자 1명을 선정, 전신 성형 과정을 담는 이 프로그램의 중국판 이름은 '러블리 신데렐라'(Lovely Cinderella).

러블리 신데렐라의 특징은 미국 할리우드 배우들이 아닌 아시아 배우들을 미인의 모델로 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베이징에서 패션 잡지를 출판하고 있는 장샤오메이는 "10년 전에는 유럽 스타일의 쌍꺼풀 수술이 유행했지만 중국 여성들은 큰 쌍꺼풀이 부자연스럽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중국인 얼굴에 맞는 성형이 대세"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높은 코와 두꺼운 입술도 더 이상 인기가 없다"며 "아시아인의 아름다움을 왜곡하기보다는 김희선이나 미스 홍콩 리쟈신, 배우 장만옥의 얼굴처럼 성형하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

러블리 신데렐라를 촬영한 창샤의 한 성형외과 원장은 "쌍꺼풀 수술은 눈을 크지만, 서양 사람처럼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얼굴선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턱을 깎을 때는 얼굴형이 거위알 모양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러블리 신데렐라 프로듀서인 왕지이는 흥미를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지만 한편 걱정이 되는 부분도 있다고 말한다. 이유는 신데렐라 도전자들이 수술을 마친 뒤 징그러운 얼굴로 진통제를 달라며 소리치고 눈물을 흘리며 고통을 호소하는 장면도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전자들은 성형한 부분들이 자리를 잡고 완벽한 모습으로 거울 앞에 서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환희에 빠진다.

마오쩌둥이 러블리 신데렐라를 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 질문을 받은 신데렐라 도전자 천징은 "내가 어떻게 대답할 수 있겠는가?"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이어 "내 생각에는 사고 방식이 자유로워져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놓치지 않고 자신감을 얻길 희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中 경제 성장과 함께 미용 산업도 급성장

한편 또 다른 신데렐라 도전자 양샨친은 8차례에 걸친 성형 끝에 "이젠 미운 오리새끼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서도 "성형을 한 남성과는 절대 데이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는 '남자는 재능을 가져야 하며 여자는 기품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며 "남자는 하찮은 일에 신경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국 남성들 사이에서도 최근 성형 바람이 불고 있다. 성형외과를 찾는 고객 가운데 남성의 비율이 10%나 된다.

관영 신화통신이 지난해 12월 7개 도시에서 18∼60세 남성 22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는 흥미로운 사실을 알려준다. 이 조사에 따르면 7개 도시 가운데 상하이 거주 남성의 하루 평균 거울을 보는 시간은 17분 이상으로 최고를 기록했다. 통신은 이 결과를 토대로 경제 성장과 미용에 대한 관심의 증가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미국 화장품, 향수 회사들은 중국을 "최대의 미래 시장"이라고 설정하고 마케팅 전략 짜기에 부심하고 있다.

뉴시스 배혜림기자 / 퍼스트데일리제휴사